이번 9월 건의 선정에 피드백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실 건게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은 성장석 3개 얻자고 건의를 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게임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건의를 올리는 걸텐데 이 부분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번 9월 피드백과 관련하여 꼭 이야기할 것이 있어 글을 써봅니다.
미션통합 이전에는 한창 종추가 핫했는데 미션개편 이후로 그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해서 종추이슈가 쏙 들어가버렸었죠
그런데 사실 미션개편 내용에서도 종추이슈가 끼어있었고, 이번 피드백에 종추이슈가 다시 언급되어서 건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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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이블 아이템 가공의 비용감소 (건의 가문: Shine8ShaMan8 / 카스티야 )
https://ge.hanbiton.com/Comm/Suggestion/View.aspx?postKey=568085
[이블] 계열 무기 / 방어구 등의 장비 강화&가공 과정에 다소 높은 비용이 소모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주요 콘텐츠에서 요구되는 전투 난이도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높은 수준의 [이블] 계열 장비 강화&가공은 ‘클리어 시간’ 이라는 기회 비용을 줄일 수 있으나 ‘클리어 여부’ 의 판가름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요소라 여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개발팀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을 상회하는 추가적인 가공의 몫은 사용자에 따른 선택적인 부분으로 판단하며, [이블] 계열의 상, 하위 아이템 가공에 요구되는 비용과 장비 효율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요구 수준은 비교적 적절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조정이 이루어질지라도 상, 하위 아이템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잠식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연관 관계에 놓여 있는 타 계열 아이템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추후 신규 최상위 등급 장비가 출시되는 시기에 [이블] 계열을 포함한 전체적인 장비 강화&가공 비용을 조정 검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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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이번 피드백에 있는 글을 그대로 긁은겁니다. 사실 많은 분들은 여기에 언급된 신규 최상위 등급 장비 출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계신데, 저는 '[이블] 계열 장비 강화&가공은 ‘클리어 시간’ 이라는 기회 비용을 줄일 수 있으나 ‘클리어 여부’ 의 판가름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요소라 여기기 어려울 것입니다.'라는 부분을 집중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강화가 아닌 가공이란 샤인샤먼님의 본 건의글에서 소켓가공이 주요하게 언급되었고 옵션과 관련된 부분은 추가부분에 다뤄졌었습니다. 이 점에서 '가공'은 좀 더 풀어 설명하면, '같은 공/방등 내에서 더 많은 딜을 뽑아낼 수 있는 수단'으로 해석함이 옳을 것입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라는 게임은 (그것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기본적인 설계부터가 공/방등에 의해 케릭터의 위계가 나눠지고, 같은 위계 안에서 옵션에 의해 강함이 나눠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화는 위계를 넘나드는 가공방식이기 때문에 명백하게 '클리어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므로 가공방식의 변경을 신중히 접근해야겠지만, 소켓과 옵션의 경우는 같은 위계 안에서 강함을 나누는 팩터이기 때문에 '클리어 여부'를 갈라서는 안됩니다. 만약 이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면 피드백을 하신 대로 종추장비 및 소켓의 부재는 '클리어 시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클리어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게임이 '전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클리어 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존'입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그 어떤 몬스터에게도 절대 죽지 않는 '절대생존'의 케릭터가 있다면, 몬스터의 체력재생을 초과하는 딜을 뿜어낼 수 있는 한 크레세멘토 장비, 혹은 무옵션의 장비로도 '언젠가는' 그 몬스터를 잡을 수 있겠죠.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즉 '무조건 한방'의 극단적인 공격력의 케릭터라도 그 '한 방'을 때릴 수 있기까지 버틸 수준의 방어구는 필요한 법입니다. '클리어 여부'를 이야기하기 위해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는데 결론은 '클리어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존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현재 그라의 생존은 날개옵션에 달려있는 흡혈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현재 방어구란 이론적으로는 한 방을 맞고 그 다음 한 방을 맞기 전까지 흡혈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방어구만 있다면 충분합니다. 생존을 위해 방어력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한방에 죽지만 않는다면 공격력을 올림으로써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어요. 생존에 있어 공격력과 방어력 사이에 trade-off관계가 생겨버린 겁니다. 따라서 현재는 공격력이 곧 생존력이고 그 생존력은 '클리어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미션을 하다 보면 '아머 브레이커', '커스' 등의 방어력 강화나 플레이 방식의 변경을 통해서는 결코 대처할 수 없는, 전적으로 흡혈에만 의지해야 하는 디버프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테라피를 통해 대처가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아래 좀 더 이야기하곘습니다)
특히 개인미션에서 도르올의 '아머 브레이커'나 아비스의 '커스'는 압도적인 장비로 찍어누르는 퓨어탱커가 아닌 이상, 개발자 노트에 적어놓으신 각 미션의 적정 장비의 '퓨어탱커'마저도 순수한 방어성능만으로는 그 디버프들을 대처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발자 노트나 이번 건의 피드백 등을 보면 일관적으로 개발자분들은 '공격력은 클리어 시간에 영향을 미칠 뿐 클리어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시더군요. 이것은 명백하게 게임을 잘못 파악하고 계신겁니다.
물론 위에 잠깐 언급한대로 인버나 테라피를 사용해서 공격력에 의한 클리어 여부의 결정이라는 제 주장을 무력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런 딜뻥디버프의 경우 평타 등을 통해 랜덤으로 걸리고 있기 때문에 그 디버프가 갱신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을 대처한다는 것은 무조건 테라피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그럴거라면 로테이션이나 '다양한 케릭터와 MCC'라는 게임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을 말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저딴 발상은 적어도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개발자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발상입니다.
그렇다고 몬스터에게 넉백과 같은 게임에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는 공격방식을 늘려나간다면 그건 그야말로 '그냥 재미없는 게임'이 될 뿐이죠. 그것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것은 그냥 그림일 뿐이죠.
결론적으로 '공격력이 곧 생존력이며 클리어 여부를 결정한다'라는 것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게임에 있어 클리어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필수적인 요소이나, 클리어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선택요소이다라고 했을 때, '그라에서 종추장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소켓 포함) 라고 다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관점에서 종추무기를 획득하는 경로가 얼마나 불합리하며 예측 불가능한가 숙고를 하시고, 피드백을 주셨으면 합니다. 과거에 종추와 관련해서 수많은 건의들이 있었는데, 그것들도 고려를 하셔서 종추무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한 시스템들을 도입하기를 건의합니다.
게임이란 주사위놀이라는 불확실성 위에 지어진 성이지만,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결과'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게임을 게임답게, 게임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현재 칩질, 종추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떤 방안을 새롭게 신설하더라도 '예측가능성'을 유저들에게 제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확률을 늘려서 유저의 예측가능성을 신장하는 것은 좋지 못한 발상입니다. 통계학은 배운지 좀 돼서 가물가물한데 인간이 '유의하다'고 느끼는 확률이 기억에 20%~30%부터였던 걸로 알고있습니다. 종추무기가 20%~30%확률로 만들어진다면 과연 시장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도 없네요.
P.S 흡혈을 손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이상적일 수도 있구요. 그러나 그것은 몬스터의 공격력과 스킬 그리고 스킬 사용과 관련된 모든 매커니즘, 케릭터의 방어력, 힐링 케릭터의 스킬 등을 전부 재편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처럼 힐러가 필수로 포함되어야 하는 등의 플레이 방식의 변화도 고려해야 하고요. 아마 그것보다는 그냥 케릭터의 공격력을 손보시는 게 훨씬 간단하며 유저들의 혼란도 적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합니다. 과거 둠 슬레이브의 흡혈 미적용 밸런스패치에서 차라리 딜을 더 깎더라도 흡혈은 돌려달라며 어마어마한 혼란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