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키 가이드의 [시나리오 퀘스트]를 클릭하면 아래 문구가 눈에 보입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큰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나리오 퀘스트.
개척 가문이 신대륙에 도착하면서 시작되는 게임의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는 굵직한 퀘스트죠.
다른 온라인 RPG에서도 이 퀘스트는 게임의 세계관을 장식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름은 각각 다르게 불리기도 합니다.
ex) 메인 퀘스트 혹은 에픽 퀘스트 등등..
사실 시나리오 퀘스트라는 것이 등장한 건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한 초기가 아니라, 꽤 후였습니다.
현재 '스타토니아'와 '코임브라'에서 볼 수 있는 누네즈라는 캐릭터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었고,
기존에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퀘스트라고 함은 ① 개척 가문이 백작, 남작 등의 작위를 따기 위해서
혹은 ② NPC를 영입하기 위한 선행 퀘스트 등만이 존재했었죠.
그러던 중 2.0 패치에 '우스티우르'라는 정글 배경의 새로운 필드가 업데이트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세계관이 조금씩 확장되고, 지금의 [시나리오]라고 불릴 만한 스토리 형식의 퀘스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유저들에게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영입 NPC들의 서브 퀘스트들도 존재했죠.
▲ 플레이하는 유저가 덩달아 [바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던 붉은 머리, 그라시엘로의 '바람의 장' 퀘스트
▲ 남녀 할 것 없이 많은 유저들을 매료시켰던 아델리나의 스토리, 별다른 보상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랑받는 퀘스트였다.
▲ 2005년도에 GE 측에서 진행했던 시나리오 에디터 님과의 인터뷰.
(실제로 다수의 초기 몬스터 컨셉과 위에 언급한 그라시엘로, 아델리나 퀘스트 등을 담당하셨다.)
그치만 지금의 서브 퀘스트들은... 아아... 그립읍니다. 정태ㄹ...ㅛ...ㅇ푸흡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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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현 GE 퀘스트의 문제점은?
실제로 이번 신규/복귀 서버에 새로이 가문을 생성하여 현재 일리시아 구간까지 클리어를 해보았습니다.
기존에 본 계정에서 한 번씩 클리어를 했던 경험이 있었고, 첫 시작부터 일리에에 도달하기 전까지 많은 퀘스트가 대폭 간소화되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 점은 신규 유저뿐 아니라 기존 유저의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① 전체 간소화가 아닌 부분 간소화 인지라, 막힘없이 술술 풀리던 와중, '획득 아이템'이나 '퀘스트 미션'에서 정말 갑작스럽게 어떠한 진입 장벽이 등장한다던지
② 어떤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여전히 특정 요일이나, 다음날 찾아와야 하는 내용 등은 흐름을 끊기게 하더군요.
그중에서도 제가 오늘 해 볼 이야기는 내용의 개연성과, 너무도 터무니없는 문맥들, 그리고 퀘스트 내용에 따라 자아와 정체성이 계속해서 바뀌는 개척 가문 및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전체 부분을 캡쳐하질 못해서 직접 플레이해 본 내용들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일부만 가져왔음에도 10장 : 순서는 공홈 사진 첨부 방식의 마음대로 뒤죽박죽입니다.)
▲ 바이런 2차 EP.1 [돌아온 악마] 중
저 문장은 마치 '레오나'가 몬토로 자작 살해 혐의로 신대륙에 온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이 몬토로 자작을 살해했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과 다를 바가 없군요.
- 수정해 본다면 : "당신이 본국의 십인 귀족 몬토로 자작 살해범을 체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정도가 어떨까요?
▲ 키엘체 메인 시나리오 중
이건 퀘스트 당시에 병사들 말투 보고 헛웃음이 나와서 캡쳐한 건데, 이 정도면 그래도 귀엽게 넘어갈만하네요.
...블러드 네이비. ...구른다.
▲ 바이런 2차 EP.2 [인형의 눈물] 중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께 들었던 설명이 너무 인상 깊어서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언어 예절 중 하나입니다.
친부에게는 '아버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옳으며, '아버님'이라는 호칭은 나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거나, 타인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5대 원소 - 오타이트] 스토리에서 진까가 처음 등장하며 '토르쉐'에게 "아버님"이라고 지칭했을 때부터 신경이 쓰였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진까가 어릴 적 납치되어 지금껏 '에르난데즈'를 친부로 생각했던 기억 때문에, 가문에게 영입되고 난 즉후까지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라고 이해하려 했습니다.
여전히 바이런 2차 퀘스트에서는 아버님이랬다가 아버지랬다가 왔다 갔다 하더군요.
▲ 바이런 2차 EP.3 [새시대의 인도자] 중
노란색 테두리 : 린에게 취조하기 위해 반말로 강하게 응대하다가 갑자기 존댓말을 하는 개척 가문, 그 후엔 또 반말.
붉은색 테두리 : 개척가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앵무새 린. 뭐, 뭐?
이렇게 사소하게 신경 쓰이지 않은 부분들은 대화 내용을 잘 읽고 있던 사람들도 집중이 되지 못하게 합니다.
가뜩이나 지루한 연출 미션의 연속인데, 흐름마저 파괴해 버리죠.
▲ 일리에 1차 [노블리스 오블리제] 중
"~ 같군요. ~ 같군요." 의미 없이 반복되는 문구 사용 역시요.
- 수정해 본다면 :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많습니다. 몬스터에게 당한 것 같군요." (심지어 문장이 더 축약까지 됨.)
위 대화 내용은 '그라나도 에스파다'라는 게임을 이번에 처음 접한 신규 유저의 발언입니다.
위 대화 내용은 오랜만에 복귀해서 플레이 중인 복귀 유저의 발언입니다.
주 내용과는 별개로, 일리에 퀘스트는 '베르니에 저택'을 제외하면 퀘스트의 7~80%가 '베델, 대평원'에서만 진행됩니다.
이 게임의 아름다운 맵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맵 한 곳에서만 계속해서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죠.
이런 부분도 역시나 유저들에게 지루함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요구 수량과 확률마저 괴랄)
▲ 일리에 3차 [불협화음] 중
위에서 언급했던 의미 없이 반복되는 문구 + 한마디 더 내뱉으면 목을 날리겠다면서 질문을 하는 장미 공작.
▲ 일리시아 1차 [황도 일리시아] 중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르겠는 레오나의 진짜 댕뜬금없는 발언.
▲ 일리에 1차 [노블리스 오블리제] 중
몽블란트 명령 하에, 훈련소에 연행 중이던 레오나와 린에게 누군가 와서 "막사 밖이 시끄러운데요?"하고 지나갔나 봅니다.
- 수정해 본다면 : ① "막사 밖이 소란스러워 나와봤더니..." 처럼 레오나가 직접 소음을 듣고 나오게 하거나, ② "누군가(혹은 병사들이) 막사 밖이 시끄럽대서 나와봤더니..." 처럼 몇 글자만 추가해주더라도 유저들이 '읭?'하는 부분은 전혀 없을 거라고 봅니다.
결론 :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그라나도의 멋과 캐릭터들의 매력이 죽고, 한마디로 퀘스트가 재미가 없습니다.
신규/복귀/기존 할 거 없이 유저들은 연출 미션에서 딴짓을 하고, 마을이나 필드에서 NPC와의 대화는 엔터를 연타해서 넘겨 버려요.
나름 신대륙을 누비며 온갖 풍파와 고난을 겪어내고, 많은 동료를 얻었던 개척 가문이
[새 시도의 인도자] 시나리오에서 '린'에게 "그런 어려운 말은 몰라! 미래도 몰라! 지금에 충실할 뿐이야!" 라는
키즈 애니메이션의 명대사를 내뱉는 장면에서는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설정이었으면 차라리 모르겠으나, 각 시나리오 별로 개척 가문의 정체성이 너무도 흔들리고 있으며,
여왕의 대리인으로 신대륙에 오게 된 '레오나'는 본인의 맘에 들지 않는다며 눈에 보이는 모두를 척살하려 들고,
그의 수하인 '린'역시 어찌나 장미 공작의 광신도인지... 그녀와 조금 엇나가는 모든 이들을 베려고 하죠.
(진짜 "죽인다!! 죽일 거다!! 진짜 죽인다!!" 의 연속)
마무리 : 게임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배경과 대화를 연출하는 미션에서 요즘 게임들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퀘스트 지문 같은 경우는 충분히 신경 써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것처럼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큰 틀을 보여줌과 동시에, 캐릭터들의 성향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초반 퀘스트들 대폭 간소화 해주셨듯이, 퀘스트 지문들도 꾸준히 신경 써서 수정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