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첫 단추는 나쁘지 않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각 상황에 맞는 스탠스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다' 라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설정이였습니다.
가령 하이가드/백가드 스위칭이나 다수를 공격하는 폴암/단일 공격을 강화시키는 폴암 스탠스의 공존, 빠르게 회피하는 샤브르갸르드와 빠르게 공격하는 에페갸르드는 그런 초기 컨셉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 의지가 드러나며,
파이터를 쓰는 유저들이 공중공격에 무기력할까봐 권총 스탠스가 존재했던 것 또한 풋풋했던, 또한 올바르게 나아가던 그라의 모습이지요.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상위스탠스의 등장으로 슥슥 지워지고 말았습니다.
상위스탠스는 물론 고레벨 유저들을 위한 보상차원에서라도 강력해야 하는 건 알겠지만, 그것이 결국 수많은 다른 스탠스를 묻어버리는 결과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상위가 나올때마다, 그 상위와 겹쳐지는 기존 스탠스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유저들 또한 상위스탠스의 등장만을 기다립니다. 이미 고령화(?)되어버린 레벨에서, 그들은 기존 스탠스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며, 상위스탠스와 기존스탠스와의 갭은 이른바 '넘사벽'이기 때문에 상위가 없는 캐릭터는 도태되고, 상위가 있으면 쓰이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었죠....
물론 상위스탠스도 그 종류에 따라서 대접이 다르고 말입니다.
그럼 이 상황에서, imc가 대처해야 할 것은 '더 좋은 상위를 만드는 일'입니까?
아닙니다.
단언할 수 있어요.
그건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점점 여러분이 추구하던 명품게임에서 멀어지게 할 것입니다.
이걸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누구도 아닌 기획자 여러분이 상위스탠스에 존재에 의해 얼마나 많은것이 엉키고 꼬이고 무의미해 졌는지 아실거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도미네이션이 나오면서 에보케이션 관련 요소들은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까?
왜 '최고의 불꽃팔찌'라는 설명이 붙은 명왕의 팔찌에서 에보케이션 스킬들이 +1이 되며, 명마수에선 헬브레스가 무의미하게 두단계나 올라가며, 에보케이션 스킬링은 무슨 죄가 있어 세상에 태어났습니까?
(전 명마수 옵션을 처음 보는 순간, 판필로의 플레임가드를 먼저 생각해 버렸습니다.)
대관절 왜 유저들이 '개성있던 스탠스'를 추억하면서 '그 스탠스가 강해져서 다시 빛을 봤으면 좋겠다' 가 아니라 '상위가 나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게 만드셨습니까?
요점만 말하자면, 상위가 나온 무기류에 관해선 본래 존재했던 일반 스탠스들이 '빛을 볼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막아버리셨다는 겁니다.
아델리나의 로우가드가 헤븐오어헬보다 성능이 나빠서야 어디 베테랑스탠스라고 하겠습니까?
물론, 당연히 더 좋아야죠.
그리고 물론, 당연히 헤븐은 묻혀야죠.
와 헤븐 사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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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스탠스만이 그라에 죽어가는 캐릭터들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위스탠스는 고레벨 유저를 위한 컨텐츠가 아니라, [가장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부분유료화의 찌꺼기] 가 발전되어 온 형태 아닐까요? 유료 NPC들 처럼 유료 스탠스를 만들었다가, 그것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못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보여집니다.
진짜 고레벨 유저를 위한 컨텐츠였다면 명마수의 팔찌에 붙은 헬브레스+2 같은 옵션이 대변해주듯 기존에 있던 것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키는 형태에서 시작됬었어야 했습니다.
만약 스탠스를 추가하고자 한다면,
기존 스탠스를 압도하는 디펜더와 크루세이더를 만드는게 아니라,
하이가드, 백가드 형태에서 한번 더 스위칭되는, 예를 들어 칼을 바닥에 꽃고 커다란 방패로 막아내는 - 하지만 움직일수도 없고 그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스킬도 '체력이 1이 된 상태에서 한번 버티기' 같은 것만 쓰는 -
즉, 하이가드/백가드와 동등한 입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창출할 수 있는 형태의 방패스탠스가 나왔으면 안됬던 것일까요?
하다못해 보조스탠스를 만들어서 '이 스킬을 쓰면 300초간 하이가드 사용시 능력치 보너스'같은 것이였다면 어땠을까요?
지금까지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걸어온 스탠스의 길을 정리해 봅시다.
스탠스 -> 매우 센 스탠스 -> 더럽게 센 스탠스
그 다음은?
'무지막지하게 강한 울트라 스탠스' 가 나올 차례일까요?
..
...
이미 너무 멀리왔지만, 지금이라도 상위스탠스가 캐릭터 강화의 대안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건축물 상향은, 그것이 얼마나 그라나도에 영향을 미칠까의 요소를 떠나 그런 형식의 시도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것과 비슷한 위치에서 봐 봅시다.
비키가 상위가 필요할까요?
비키가 익스퍼트가 되어 특수한 갑옷이나 목걸이를 차게 되면 소환물 능력치가 화끈하게 올라버리면 안되는 걸까요?
5속성 무경오서 시리즈, 상위가 꼭 필요할까요?
광풍격살 레벨 15짜리를 발동시키면 바람의 장 스킬레벨 전체가 10씩 오르게 해보는건 어떨까요?
(광풍격살링을 두개차야하는 건 물론이고, 광풍격살+옵션이 달린 유니크 아이템이라도 만들어 봅시다)
판필로의 독특했던 마법검술, 상위가 나와야 살아날까요?
'요리사의 팔찌' 같은 판필로 전용 팔찌아이템이라도 만들어서 그것을 착용했을 시엔 평타+스킬에 동물형에게 300% 추가데미지+체력회복아이템(요리;;) 드롭확률 300% 증가 같은 옵션이라도 줘보는 건 어떨런지요?
이미 너무 멀리와버린 그라인 것을 잘 압니다만,
그래도 아직 애정이 남아있기에 글 써봅니다.
상위스탠스를 찬성하시는 분들도 많을것임을 압니다만, 상위스탠스가 그라에 + 요소가 되려면
'존재하는 모든 기본스탠스에 상위가 적용되어 맨 처음 개성이 죽지 않고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
이 아니면 안됩니다.
이것이 아니면, 상위스탠스는 그저 '그보다 하위 스탠스를 사장시키는' 것 정도로 남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시스템이라 생각되는 '공격등급 방어등급'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이것도 나중에 적어볼까 생각중입니다만, 김학규PD님의 전작 라그나로크에서 그 창의적이고 뛰어난 유니크아이템들의 (화이어브랜드,아이스팔시온,송곳,브류나크등등) 다양한 활용법은 왜 그라나도에선 못살렸던 것입니까? 제 생각엔 공등/방등 때문입니다...엑스컬리버가 펜타크레인을 +1 시켜주면 뭐합니까. 더 높은 공격력과 공등으로 펜타크레인 갈기는게 더 많이 다는데! 차라리 펜타크레인+10 으로 화끈하게 해서 저걸 끼면 펜타크레인의 최강자가 될 수 있게 해보시지 그러셨습니까.)
패치는 게임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
새로운 요소가 추가됨에 따라 기존에 있던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나아가야지요.
'얘들아 빵사왔다 이제 빵 두개가 되었어' 라고 해봤자,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빵이 하나뿐이라면 결국 하나는 버리게 되는 거 아닐까요?
빵을 하나 사뒀으면, 다음엔 맛있는 딸기잼을 사오셨어야죠.
그 다음엔 우유를 사오구요.
그래야 맛있는 한끼식사가 완성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