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마스터 스탠스 글 보니까, 익스 스탠스도 없던 옛날 생각이 나네요.
(사실 이제 머리가 낡아서 기억이 틀릴 수도 있고 주관이 들어가서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ㅋ)
3줄요약
1. 익스 스탠스 막 나오던 때 생각이 나는데 옛날이 그립네요.
2. 어쩔 수 없는거니까요.
3. 마스터 스탠스는 안돼요.
베테 스탠스, 익스 스탠스도 없던 초창기에는 영입과 3MCC만큼이나 스탠스 시스템이 게임의 큰 틀 중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스탠스'는 정립된 '교본'을 통해 익히는 정형화된 전투 자세라는 설정을 기본으로 캐릭터라는 인물의 성격, 능력치, 취향 등에 따라 여러 스탠스들 가졌고 전세계에서 걔만 사용하는 '전용 스탠스'는 특별한 경우였습니다. 특정한 하나의 전용 스탠스가 아니라 스탠스의 조합과 구성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나타냈다는 거죠.
파이터, 잇지, 끌로드보데, 그랑마는 모두 같은 교범에 적혀있는 같은 대검술을 사용했습니다. 차이는 파이터는 대검과 (당시) 모든 근접 무기, 심지어 권총도 사용할 수 있었고, 잇지와 끌로드는 대검과 폴암에 올인해서 파이터보다 더 많은 대검, 폴암 스탠스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잇지는 민첩해서 대검을 남들보다 빠르게 휘둘렀고, 끌로드는 힘이 좋아서 대검을 남들보다 강하게 휘두르는 식이었습니다.
잇지 끌로드가 한 클래스의 특정 계열 무기에 특화됐다면, 아델리나는 파이터와 머킷의 스탠스를 섞어서 가지고 있고, 에밀리아는 위자드와 스카우트를 섞어서 가지고 있었죠. 상황에 따라 스탠스를 바꾸기도 무기를 바꾸기도 하면서요.
(마치 대학교에서 같은 서점에서 같은 전공서적들을 사서 보는데, 파이터는 온갖 공학책을 다 보고, 잇지는 기계공학 서적만 파고, 리사는 전기공학 서적만 파고, 판필로는 컴퓨터공학에 식품영양학과 복수전공하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요?)
그래도 결국 캐릭터는 나만의 전투기술보다는, 책으로 모두가 배울 수 있는 스탠스를 공유했고, 특정 캐릭터만이 가지는 고유한 능력을 나타내는 역할은 6번 '직업 스킬'이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RPG에 생산캐를 만드는 경우가 흔했으니 그 역할로 만들었는지, 직업 스킬 중에는 제조 스킬도 있었고, 심지어 직업 스킬이 없는 경우도 있었죠..... 당시에는 지금에 비해, 어떤 캐릭터가 좋고 나빠도 밸런스를 꼭 맞춰야 한다기 보다는 그냥 강한 컨셉, 약한 컨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마을 병사들이 있죠. 언젠가부터 나오는 신캐들이 다 군인, 전설의 용사, 대마법사, 엠피리움, 집정관 등 완전 전투광들인데, 구시대의 캐릭터들은 요리사, 부동산 중개업자, 의류 디자이너, 상인들이 호신용이나 취미로 배운 검술, 심지어 평범한 골목대장 꼬마의 장난....이니 캐릭터 컨셉에 따라 끌로드같은 아저씨가 잇지같은 아가씨보다 상대적으로 강한게, 뭐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봐요.
약간이지만요. 물론 그때는 스탠스가 같으니 딜량에 영향을 주는건 소소한 직스와 스텟차이가 전부였고, 리볼도외~오슈~에라크까지의 구간이라 누구도 못써먹을 정도는 아니어서 가능했던 일이기도 한 것 같네요. 그래도 제조스킬은 전투에서 핸디캡이라는 의견이 많아져서 실용적인 스킬로 점점 바꿨죠. 누가봐도 성능이 후달리는 캐릭터들도 리볼병사는 직스를 바꿔주고, 라미로 티뷰론은 이동속도를 주는 식으로 100가지 항목 중에 99개가 단점이어도 장점을 단 한가지는 가질수는 있게 수정했구요.
아무튼 스토리 진행과 수익창출 등의 사정이 어우러져 베테랑 스탠스를 넘어 익스 스탠스가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익탠과 그 이하 스탠스 성능 차이가 너무 커서 익탠이 없는 캐릭터는 못쓰니, 기존의 캐릭터들에게 익탠을 빠르게 지급하기 위해 무기군별로 똑같은 익스 스탠스를 지급했죠. 흔히 공용 스탠스라고 불리는 것들인데, 같은 스탠스를 주다보니 모든 캐릭터의 설정과 특징이 반영되어 있는 기본스탠스들이 묻혔어요.
장총을 예로 들면, 머킷, 베넬, 오슈병사의 평범한 장총질과 다르게, 로미나의 기본 스탠스는 장총을 들면서도 블로킹을 했고, 샤리프의 기본 스탠스는 접근한 적과 백병전을 할 수 있는 근접기가 있었으나, 전부 '플린트락'을 받으면서 이런 특성이 없어졌죠.
게다가 한손 무기 계열은 공용스탠스가 쌍수냐 단수냐의 문제도 있었는데, 라피에르(쌍수) 블러드피스트(쌍수) 아르니스(단수) 에퀴테스(단수) 원티드(단수) 이렇게 결정되면서 빠른 공속으로 쌍수 스탠스를 쓰던 리사, 브루니는 강제로 단수 캐릭터가 되었고, 단수였던 레이피어계열은 전부 쌍수로 바뀌었어요.
당시 마검사 카자라이네와 판필로는 각각 레이피어-라피에르, 세이버-블러드피스트로 분류돼서 오랜 세월 정체성을 잃고 살았지요. 그나마 카자라이네, 판필로, 리사, 샤리프는 적성에 맞는 전용 스탠스를 받아서 다행이지,
가장 큰 피해자는 격투계열이라고 생각하네요. 각 지방의 전통 격투술을 기본 스탠스로 가지던 애들이 같은 스승에 같은 별자리의 힘을 받아서 '무경오서-마샬아츠'로 통일되버렸고, 직스로 차별화를 둬보려 했지만 실패했죠. ㅠㅠ
공용스탠스의 보급으로 여러 캐릭터간의 차이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한 캐릭터 내의 매력도 사라졌는데,
파이터를 예로 들면, 검과 방패를 들어도 상황에 따라 백가드, 방어적인 하이가드, 공격적인 쌍검 핵앤슬래쉬 등을 바꿔가며 사용했는데, 그냥 에퀴테스로 대동단결. 사실 모든 스탠스에 해당하는 익탠을 만들어 줄 수도 없고, 줘도 돈이 들어서 안 배워줄테니까요. 기본스탠스 시절 굉장히 많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매력으로 삼던 파이터는 익탠이 나오면서, 익탠을 못받은 세이버, 단검, 레이피어, 권총은 도저히 쓸 수가 없게 되었어요. 파이터를 비롯해 많은 무기와 많은 스탠스를 사용하는 캐릭터일수록, 그에 해당하는 익스스탠스를 받지 못할 수 밖에 없고 그 특징이 없어지죠.
세이버와 권총을 쓰던 아델리나는 세이버캐로 정해지고, 석궁과 단검을 쓰던 칼리는 석궁으로 정해지고, 음보마는 화염을 잃고, 리오는 전격을 잃었죠. 그 이후 시작한 유저들은 얘네한테 이런 스탠스가 왜있냐 싶겠지만 이때 버려진 애들이에요. 화염/빙한/전격을 골라쓰던 워록도 종합스탠스로 하나가 됐죠.
기본 스탠스를 퀘스트로 얻던 그라시엘로나, 베테랑 전용스탠스를 가진 헬레나의 경우 이러한 설정들이 무의미해졌구요.
이 경우에 사정이 제일 안좋은건 힘까 지까 기까 같아요. 얘네 원래 설정은 거의 모든 무기와 거의 모든 기본 스탠스를 다가지고 있었어요.(힘까가 파이터뿐 아니라 머킷 워록 위자 스탠스를 다씀) 얘네는 도저히 무슨 익탠을 줘야할지 몰라서인지, 익탠은 없지만 스탠스의 다양성이 충분히 위력적이라는 주장을 하다가.... 힘/기술/지능의 영향을 제일 덜받는 크루세이더를 공평하게 줘봤다가.... 영 아니라서 다른 보통 캐릭터들처럼 전용스탠스를 하나씩 주고, 해당 클래스 외의 스탠스를 다 삭제해버렸죠.
(위에서 전공서적으로 예를 들었으니, 익스 스탠스의 도입은 복수전공이나 취미를 살리던 애들이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다 포기하고 한길에 다시 올인하는 것과 비슷할까요?)
일단 성능에서 익스스탠스가 아니면 쓸수 없으니(부활, 버프계열 제외) 기본 스탠스는 만들어봐야 안쓰고 익스 스탠스를 다양하게 주기도 부담스럽고 하니 에라크부터 바이런 키엘체 아르모니아 캐릭터들은 다 익스 스탠스 하나를 전용스탠스로 가지게끔 만들기 시작했고, 익탠 보급 직후에 기존의 익스 스탠스를 쓰게끔 다리아, 나탈리 자매를 내보았으나 결과는 망..... 결국 이후로 쭉 전용스탠스를 만들어왔는데 전용스탠스 초창기 아드리아나 루딘 이온 크루즈만해도 구캐릭터의 별자리증표를 익탠 교본으로 교환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이후 스토리에서는 별자리의 힘을 사용하는 교범이 아닌 독자적인 스탠스를 쓰는 애들이니 점차 퀘스트로 교본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왔다가 최근에는 아예 교범의 형태조차 없이 그냥 자동 습득이 되는 경우도 많죠.
그 때문에 지금 신규 유저들이 보기에, 익탠이 원래 배워져 있는 캐릭터를 보고 익탠이 없는건가요? 묻거나, 익탠 보급 전에 출시된 구 캐릭터들은 어차피 익탠하나 쓰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기본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뒤로 갈수록 기본스탠스 두어개. 또는 베어너클 + 전용스탠스로 끝나는 경우를 보고 의아해하기도 하지요.
영원히 논란이 되는 게임의 여주인공이자 역사인 에밀리아 역시 영향을 받았지요.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익스스탠스 이전 에밀리아는 퍼스트에이드, ESP, 인캔테이션 끝?
같은 시대에 현자 에밀리아는 퍼스트에이드, ESP, 인캔테이션, 추가로 싸이코키네시스 레비테이션이 있었어요.
시대적 배경으로는 당시 위자드도 인캔,아나테마가 있음에도 위자드 궁극의 스탠스는 유일한 공중부양 스탠스인 레비테이션이었고, 인핸스 택틱스라는 것은 없어서 스카우트 궁극의 스탠스는 부활이 있는 퍼스트에이드였다고 봅니다. 에밀리아는 ESP계열이 있는 대신 포르티 계열과 단검이 없었고 레비테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스카우트보다 조금 떨어지는 서포터에, 레비테이션이 있는 음보마와 비교할 정도였던 것 같은데, 현에는 당시에도 굉장했던게 레비테이션이 있어서 버퍼 포지션이 아닌 위자드 포지션에서, 힐과 부활이 있는 위자드. 날아다니다가 자기들끼리 서로 힐, 부활을 시켜주는 위자드의 개념이었어요.
이 부분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인핸이 나오기 조금 전에 에밀에게 포르티, 택티컬을 줬고 얼마 지나지않아 익스스탠스가 나오면서 완전 위자드 계열 취급이던 현에에게는 다크니스만 주고 서포터 취급이던 에밀에게만 인핸을 주는 바람에 에밀이 갑자기 떠오르고 잠시 현에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가, 레어캐인 현에가 에밀보다 못할 수는 없다 하여 인핸을 마저 주는 바람에 지금의 괴랄한 에밀과 그보다 약간 더 좋은 현에가 나타나 지금까지 군림하고 있는 것 같네요.
(또 전공에 비유하자면 에밀은 복수전공 양쪽 석사를 다땄는데 양쪽이 다 취업깡패?)
초창기의 아기자기한 시스템과 분위기 이런 게 더 마음에 드는 건 분명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계속 그 상태만 유지할수는 없으니 업데이트도 계속 하고 하다보니 이런 변화가 있는 건 당연하겠죠.
그래도 우리애 익탠은 언제나오나... 하다가 나왔는데 기대한거랑 달라서 아쉬워하고...하던 옛날 생각이 납니다. 마스터 스탠스를 낸다면 익탠이 다 버려지는데다가 마스터 스탠스 있는 애들만 쓸테니 하나씩 천천히 내면 안 되고 동시에 애들을 다 줘야하는데 그렇다고 똑같은 걸 주면 캐릭터 특성이 사라지니 다 각자의 고유 스탠스를 동시에 줘야합니다. 고로 마스터 스탠스는 안돼요.
막 쓰다보니 비문도 많고 이상한데 갖다 붙인 부분도 있겠어요.
늙었나봐요. 추억팔이 재밌네요.